내가 모르는 내 아이] [1] '자신의 삶'을 '자식의 삶'에 심으려고만 하는 부모들 조선일보 | 최경운 기자 | 입력 2014.11.20 05:40 | 수정 2014.11.20 10:37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13/12/11 14:56:27 (222.236.♡.123)
• 조회수 1738 • 홈페이지  
• 제목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어떻게 해야 할까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걱정한다. 특히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할 때 더욱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게임, 인터넷,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다.
 사회에서는 게임 중독을 심각한 문제로 여겨,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착하고 성실하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부모에게 반항하고 비뚤어지면서 가출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 모두 게임 때문일까? <출처: gettyimages>

그런데 게임 중독 내지는 인터넷 중독, 혹은 게임과 몰입이라 불리는 이 문제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칭 ‘인터넷 중독’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부터 일부 학교와 연구소에만 보급되던 인터넷망이 가정에도 깔리기 시작해 인터넷 보급률이 95%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 등에 지나치게 빠져들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부작용 또한 발생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본의 아니게 전 세계적으로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인터넷 중독의 신흥 발생지로 주목 받고 있다. 관련 연구도 많이 발표되었고 국가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한 덕분이다. 지난 십여 년간 다양한 부작용과 대책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이제는 인터넷 중독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의 일종’이 되었다.


인터넷 중독 정말 심각한가?

  그렇다면, 인터넷 중독이 정말 그렇게 심각한 상태일까? 언론에서 발표하듯 십대 아이들의 10~15%가 중독 수준이며, 착하고 성실하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부모에게 반항하고 비뚤어지면서 가출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 모두 게임 때문일까? 인터넷 중독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문제로 여러 사람들을 상담, 평가, 치료해온 경험에 따르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는 47만 명, 만성중독자는 5만 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연령대를 3천만 명 정도로 잡으면, 60명 중 1명이 심각한 수준의 인터넷 중독이라는 얘기다. 이는 과거의 10~15%, 많게는 30%까지 집계됐던 설문조사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이지만, 실제 중독자 수보다 많게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보호자나 가족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를 표본으로 삼아 진행하는 설문조사는 인터뷰나, 자신이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중독과 관련한 조사는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 필자는 일반 인구가 아닌 게임과 인터넷 과다 사용 문제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Young의 인터넷 중독 척도(IAT)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심각한 인터넷 중독’으로 분류되는 70점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선을 넘는 환자의 수가 많지 않았고, 평균점 또한 65점대였다. 즉, 인터넷 중독 설문조사가 가상의 절단점을 활용하고 있기에 인터넷 사용 초기에 지나치게 여기에 빠져들어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높게 점수가 나올 수 있지만, 오히려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 “난 아무 문제없어. 이 정도는 누구나 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도리어 ‘정상 범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사용하는 Young의 인터넷 중독 척도(IAT) 실시 결과 ‘심각한 인터넷 중독’으로 분류되는 70점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선을 넘는 환자의 수가 많지 않았고, 평균점 또한 65점대였다.

  그러므로 직접 설문으로 인터넷 중독 실태를 해석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분명히 말하지만, 게임중독이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필자의 경험을 감안할 때, 정부나 언론에서 발표하는 수치보다는 적다고 추정할 필요가 있다. 게임 유저 전체를 놓고 보면 게임 중독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학업이나 가정 등에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사람은 다른 중독 문제와 비교할 때 오히려 적다고 생각한다. 마약, 알코올, 담배와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번의 복용만으로 중독될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에 비하면, 훨씬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에야 중독이 발생한다. 이는 곧 중독에 빠지기 전에 충분히 자율적으로 통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울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에 중독되는 십대와 이십대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훨씬 적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그동안 공부한 데 대한 보상으로 하루 정도 온종일 게임을 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 제도 하에서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십대의 모습이다. <출처: gettyimages>

  사실 일상생활과 학업 모두 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대부분의 십대들은, 솔직히 말하면 게임을 하고 싶어도 중독이 될 만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기 전에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한 게임 정도 하거나, 자기 전에 잠깐 하는 것이 고작이다.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그동안 공부한 데 대한 보상으로 하루 정도 온종일 게임을 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 제도 하에서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십대의 모습이다.

  물론 이중에서 문제가 되는 십대들은 있다.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니?” 라고 물어보면 “할 게 없어서요”라는 대답이 “재미있어 죽겠어요. 더 하고 싶어요!” 대답보다 훨씬 많다. 학교생활이 재미없고, 공부는 뒤떨어져서 뭐가 뭔지 모르겠고, 학원에 가봤자 앉아 있는 시간이 아깝기만 한 아이들에게는 차라리 집에서 혼자 게임이나 하는 게 나은 것이다. 부모들이 볼 때에는 그놈의 게임이 중독성이 무진장 강해서 멀쩡한 아이를 다 망쳐놓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게임은 즐겁다. 공부보다 훨씬 할 만한 것도 사실이다.


게임은 열심히 하다가 내 캐릭터가 지거나, 내가 모는 자동차가 박살이 나도 재미있다고 여긴다. 게임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즐겁기 때문이다. <출처: corbis>

  부모들은 게임의 중독성을 개탄하기에 앞서 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는지, 게임이 현실 생활보다 어떤 좋은 것을 제공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게임은 공평하다. 영어나 수학은 수개월을 죽어라 공부해도 뚜렷하게 성적이 오르는 것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게임은 매일 몇 시간씩 꾸준하게 투자하면 분명히 레벨이 오르고, 실력이 늘고, 아이템과 경험치가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패배를 즐길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다가 잡혀도 깔깔거리고 웃는다. 게임은 열심히 하다가 내 캐릭터가 지거나, 내가 모는 자동차가 박살이 나도 재미있다고 여긴다. 게임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즐겁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든지 ‘Continue? Yes!’를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해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강박적이고 불안한 심정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그에 비해 지금 우리 십대들의 삶은 어떤가?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빡빡한 교육현장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의 게임은 실패를 용납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매혹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높아지는 자존감’을 경험한다. 현실에서는 교실 뒤에 조용히 앉아 있는 존재감 없는 학생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다른 유저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할수록 현실에서의 ‘나’는 더욱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질 것이고, 사이버 공간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질 것이다.

  이런 면은 십대보다 최근 이십대에서 더욱 강렬한 소구점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심각한 인터넷 중독 문제로 몇 개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병원을 찾아오는 필자의 환자들 상당수는 이십대들이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그 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물론 다른 치료 기관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겠지만, 추정을 해본다면 부모들의 성장과 변화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초등학생들의 부모는 대략 30대이다. 그들은 1990년대 중반에 십대 시절을 보냈고, 우리나라 십대로는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세대라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자라난 이들이 부모가 되었으니,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데 있어 이전 세대보다 덜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것 같다.

  이렇듯 게임과 인터넷 중독 문제의 상당 부분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미디어나 도구에 적응해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앞의 경험을 기반으로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것 또한 부모 세대가 스마트폰 없이 자라났기 때문은 아닐까? 스마트폰 자체가 지나친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언제 스마트폰을 주고, 하루에 얼마나 사용하게 할지 몰라서 생겨난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정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관리하기


  컴퓨터를 마루에 두면 아이들은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기 쉽다. <출처: corbis>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관리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 입장은 이렇다. 먼저, “컴퓨터는 가전제품이다”라는 개념을 가족이 공유한다. 최근 많은 가정이 컴퓨터를 공부방이나 아이들 방에서 마루로 옮기고 있다.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가족들이 공유하는 가전제품으로 보는 것이다. 공용 공간에 컴퓨터를 두고 함께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게임을 하거나,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은 줄어든다. 하물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도 그 컴퓨터를 모두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 여기면 조심해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업을 위한 자료 조사, 과제 등을 위해서라도 컴퓨터는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이상 궁극적 목표는 ‘적당한 사용’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컴퓨터를 공용화하는 것이 십대를 키우는 가정에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규칙이다.

  한편, 컴퓨터를 마루에 두면 아이들은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기 쉽다. 먼저, 스마트폰은 가능한 한 중학생 이상이 되었을 때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초등학생 아이의 대부분은 자기절제 능력이 충분히 발달해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게임하지 말고 전화할 때만 써” 하는 것은 식탁 위에 불고기와 갈비를 한 가득 올려놓고,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와 김치도 먹어”하고 그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사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최대한 미루는 것이 더 낫다. 만일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면 집안의 모든 통신기기의 거치대와 충전기를 마루나 주방의 한 곳으로 정해놓고 가족 모두가 필요할 때만 사용하되, 자기 방으로는 갖고 들어가지 않게 한다. 그래야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이나 SNS를 하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부모 역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부모는 스마트폰을 쓰면서 아이들에게만 쓰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 부모가 만든 규칙을 따르지 않게 된다.

  십대의 아이를 건강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하고, 불편도 함께 경험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는 평등하지 않다.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규칙을 만들고 제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식만 지키는 규칙보다는 부모와 자식이 모두 지키는 ‘가족의 규칙’이 될 때 무엇이든 더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특히나,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SNS를 주고받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십대의 욕구를 적당한 수준에서 통제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필요한 것이 부모의 불편함의 감수다.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문제를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거시적인 관점으로, 하나의 새로운 미디어에 적응해가는 노력, 십대 아이들의 통제 능력의 평가 문제, 아이의 일상의 고통과 부적응의 신호일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 혼자 바꾸게 하기보다는 가족 모두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감’으로써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참고문헌

Usefulness of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for Clinical Population. Kim SJ, Park DH, Ryu SH, Yu J, Ha JH. Nor J Psychiatry 2013;67:393-399

글하지현/건국대학교 병원/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호칭·직책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용인정신병원 정신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진료를 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예능력] 등이 있다.
다음글 셧다운제 논란의 주범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다 관리자,14.03.31
-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어떻게 해야 할까 관리자,13.12.11
이전글 칭찬보다 어렵고 중요한 훈육의 기술 관리자,13.04.04
방과 후 축구 교실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명우(가명·7)는 사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몸싸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명우는 집에서 혼자서 블록 장난감을 만드는 게 취미다. 지난 주말 축구 교실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빠한테 "다른 친구 공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멀뚱멀뚱 지켜만 보는 거냐"며 심한 잔소리를 들었다. 옆에 있던 엄마는 시무룩해진 명우에게 "다 너를 위해서 저러시는 거야"라고 달랬지만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 중인 명우 아빠는 "아이를 나무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안 그랬는데' 하는 생각에 아이의 행동에 참견하게 된다"고 했다. "부모에게 험한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세뇌를 당한 것과 같다."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毒親)'의 저자 수전 포워드(Susan Forward)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식의 삶을 통제하는' 독친 대학생 박모(23)씨는 최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몰래 사설 업체에 맡겨 자기의 SNS 계정을 해킹한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의사인 아버지와 사회활동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어머니가 여자 친구의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제를 반대한 게 발단이었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만나 왔는데, 이를 의심한 부모가 뒷조사한 것이다. 박씨는 "부모님이 SNS 계정을 해킹하고도 오히려 '당장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내겠다'라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박씨를 상담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유혜란 상담원은 "박씨 부모는 자기들이 짠 인생 스케줄에 따라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해온 통제형 독친"이라며 "박씨가 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데 부모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를 떠올리면 학교에서 나눠준 알림장을 잃어버려 부모님께 혼날까 봐 집에 가기 싫다고 담임선생님 앞에서 벌벌 떨던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유 상담원은 "완벽을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성인들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늘 긴장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독친은 '아이의 삶에 부모의 삶을 투영'하면서 시작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은성(가명·18)이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학 수시 입학 지원을 준비하다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대학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데 아버지(52)가 "의대에 가려면 경로당 봉사 경력을 부각시키는 게 좋겠다"며 직접 다시 쓰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은성이 아빠는 의사다. 대학 졸업 후 공군 중위로 복무 중인 박모(28)씨는 전역을 앞두고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취업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무조건 대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고학(苦學)으로 대학을 졸업한 아버지(59)한테 어릴 때부터 "넌 공부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부모가 과거 자신이 밟아온 성공의 길이나 이루지 못한 한을 아이에게 투영해 간섭하면 아이는 커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고학력 부모들의 독친화 평소 자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척하면서도 자녀 인생의 중요 길목에서 자기의 생각을 주입하는 '이중구속(二重拘束·double bind)'형 부모도 독친의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이런 유형은 고학력 부모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서울 반포의 한 입시학원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8)군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고 말해왔는데 막상 대학 갈 때가 다가오니까 '의사가 되면 장래가 보장되는데 성적을 좀 올려 의대에 가는 게 어떻겠니'라고 물어온다"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입 밖에도 못 낸다"고 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유영산 대표는 "고교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이 내 진로는 내 뜻대로 결정하라면서도 성적이 어느 수준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