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내 아이] [1] '자신의 삶'을 '자식의 삶'에 심으려고만 하는 부모들 조선일보 | 최경운 기자 | 입력 2014.11.20 05:40 | 수정 2014.11.20 10:37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14/03/31 15:52:19 (222.23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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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셧다운제 논란의 주범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다
body{font-family: 돋움,Tahoma,Verdana,Arial;font-size: 9pt;color: #555555;margin: 0px}td{font-size :9pt; font-family: 돋움,Tahoma,Verdana,Arial;}p{margin-top:1px;margin-bottom:1px;} 서소문 포럼] '셧다운제' 논란의 주범은 여성가족부가 아니다[중앙일보] 입력 2014.03.31 00:22 / 수정 2014.03.31 00:22  양선희   논설위원

‘셧다운제’처럼 관련 당사자 모두가 격한 논쟁을 지속하는 법이 있을까. 이는 인터넷 게임 중 네트워크를 통해 상대방과 대전을 벌이는 게임을 16세 미만 청소년에겐 심야시간대엔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게임중독에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2년 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의 공격대상이 됐고, 게임업계 반발은 거셌으며, 위헌소송도 제기됐다. 그 접점 없는 논쟁은 여전히 계속된다. 지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도 ‘셧다운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 대표가 여가부 장관을 몰아붙였고, 지난주엔 게임업계와 시민단체 등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셧다운제를 성토했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건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자 모독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5월 헌재에 위헌보고서를 제출하겠다.”

 정부가 지난주 끝장토론에서 건의된 규제 52건 중 41건을 개선키로 후속조치를 발표했지만 셧다운제는 장기과제로 남았다. 그만큼 난제라는 얘기다. 사실 이 제도가 버티는 힘은 청소년·학부모·교사 등의 소리 없는 지지 덕분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게임업체 규제가 필요하다는 청소년과 교사는 각각 79.7%와 87%, 부모는 95.3%에 달했다. 게임업계의 이행률은 99%다. 나름 성공적인 운영이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허점이 많다. 인터넷 게임 중 규제 대상은 10% 미만이고, 외국 업체 게임은 공급에 제한이 없다.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그 후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문체부 등에선 추가 규제안을 줄줄이 쏟아냈다. 인터넷 게임업체에 매출액의 1~5% 부담금을 부과하자거나 신의진(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에선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셧다운제라는 회초리가 안착하자 각자 몽둥이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오버’가 줄을 잇자 업계에선 그 시발점인 셧다운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여기게 된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론 경쟁을 저해하고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모든 규제를 ‘쳐부술 암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셧다운제에선 멈칫하게 된다. 허점도 많지만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기에 그렇다. 누군가는 말려야 한다. 아이템을 키우기 위해 게임을 멈출 수 없는, 일명 ‘노가다’로 전락하는 아이들을 ‘문화적 자기결정권’ 운운하며 방치해선 안 된다. 문제는 이를 말릴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 셧다운제는 악(惡)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기가 께름칙하다는 점이다.

 이에 일본의 한 소도시 사례가 눈에 번쩍 띈다.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 시는 지역사회가 나서 초·중학생의 경우 4월부터 밤 9시 이후 스마트폰을 부모가 보관하자고 결의했다. 아이 혼자만 스마트폰 세상 밖에 있을 경우 왕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또래들을 모두 밤 시간대에 네트워크 밖에 있도록 한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넷환경에선 이렇게 지역사회가 협조해야 한다. 일본은 스마트폰·인터넷 등 넷중독 가능군이 남학생 6.4%, 여학생 9.9%다. 우리나라 청소년 25%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11.7%가 인터넷 중독 위험군인 데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본 지역사회에선 어른들이 나섰다.

 부모와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잘못된 행동은 통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책임이 무거운 순으로 꼽자면 부모와 지역사회 어른들이 앞서고 정부는 맨 마지막이다. 정부가 규제 방망이부터 쳐들면 경쟁이 저해되고 산업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생기므로 시민 자율 해결이 최고다.

 한데 우리는 거꾸로다. 부모와 어른들이 정부에 대고 대책을 채근하는 형국이니 정부는 온갖 규제를 만들어 도처에서 불협화음을 낸다. 먼 데 있는 정부만 동분서주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셧다운제 논란은, 실은 어른 노릇 제대로 못 하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표일 수 있다. 먼저 어른들이 나와 이웃의 자녀들을 훈육하는 선순환을 만들지 못한다면 넷중독에서 자녀를 구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일은 어려워질 것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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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축구 교실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명우(가명·7)는 사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몸싸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명우는 집에서 혼자서 블록 장난감을 만드는 게 취미다. 지난 주말 축구 교실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빠한테 "다른 친구 공을 빼앗으려 하지 않고 멀뚱멀뚱 지켜만 보는 거냐"며 심한 잔소리를 들었다. 옆에 있던 엄마는 시무룩해진 명우에게 "다 너를 위해서 저러시는 거야"라고 달랬지만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 중인 명우 아빠는 "아이를 나무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안 그랬는데' 하는 생각에 아이의 행동에 참견하게 된다"고 했다. "부모에게 험한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세뇌를 당한 것과 같다."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毒親)'의 저자 수전 포워드(Susan Forward)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식의 삶을 통제하는' 독친 대학생 박모(23)씨는 최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몰래 사설 업체에 맡겨 자기의 SNS 계정을 해킹한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의사인 아버지와 사회활동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어머니가 여자 친구의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제를 반대한 게 발단이었다. 박씨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만나 왔는데, 이를 의심한 부모가 뒷조사한 것이다. 박씨는 "부모님이 SNS 계정을 해킹하고도 오히려 '당장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내겠다'라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박씨를 상담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유혜란 상담원은 "박씨 부모는 자기들이 짠 인생 스케줄에 따라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해온 통제형 독친"이라며 "박씨가 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데 부모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를 떠올리면 학교에서 나눠준 알림장을 잃어버려 부모님께 혼날까 봐 집에 가기 싫다고 담임선생님 앞에서 벌벌 떨던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유 상담원은 "완벽을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성인들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늘 긴장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독친은 '아이의 삶에 부모의 삶을 투영'하면서 시작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은성(가명·18)이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대학 수시 입학 지원을 준비하다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대학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데 아버지(52)가 "의대에 가려면 경로당 봉사 경력을 부각시키는 게 좋겠다"며 직접 다시 쓰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은성이 아빠는 의사다. 대학 졸업 후 공군 중위로 복무 중인 박모(28)씨는 전역을 앞두고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취업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무조건 대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고학(苦學)으로 대학을 졸업한 아버지(59)한테 어릴 때부터 "넌 공부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부모가 과거 자신이 밟아온 성공의 길이나 이루지 못한 한을 아이에게 투영해 간섭하면 아이는 커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고학력 부모들의 독친화 평소 자녀의 자유를 존중하는 척하면서도 자녀 인생의 중요 길목에서 자기의 생각을 주입하는 '이중구속(二重拘束·double bind)'형 부모도 독친의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이런 유형은 고학력 부모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서울 반포의 한 입시학원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18)군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고 말해왔는데 막상 대학 갈 때가 다가오니까 '의사가 되면 장래가 보장되는데 성적을 좀 올려 의대에 가는 게 어떻겠니'라고 물어온다"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입 밖에도 못 낸다"고 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유영산 대표는 "고교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부모님이 내 진로는 내 뜻대로 결정하라면서도 성적이 어느 수준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